버려지는 아이디어를 위하여

매주 들어가는 회의가 있는데, 이상하게 이 회의는 매번 JIRA 화면을 띄워놓고 모두 모여 대화를 하는데 딱히 진전도 없고 ‘난 할만큼 했어요’로 끝이 난다.
어제가 바로 그날이었고, 회의를 다녀온 후 이, 쏭책임이랑 대화하다가 ‘상기, UX, 개발자가 서로 눈높이를 맞추며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만하겠다’ 며 문득 생각 난 아이디어.

제품이나 기능을 개발할 때 컨셉을 잡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다시 하나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. 그리고 꽤 많은 아이디어가 버려진다.

우리회사에선 이것이 보통 회의나 워크숍 형태로 진행되는데, 이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(우리는 보통 UX)은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었고, 어떤 이유로 저 아이디어는 채택되지 않았는지를 알고 있다. (뭐, 물론 잘 모를 수도 있다.)

하지만 그 결과(수렴된 하나의 아이디어)를 전달받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(상기, 개발자 등)은 그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채택된 아이디어가 별로라며 ‘이런건 어때, 저런건 어때’ 라는 이야기를 계속 한다.

사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‘이런저 저런거’의 대부분은 아이디어 발산-수렴 과정에서 나왔던 아이디어 풀 내에 있다. 그걸 생각하지 못해서 최종 아이디어로 이걸 가져간게 아니라는 말이다.

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‘이런거 저런거’를 운운하는건,

따라서 아이디어를 수렴시키는 과정에선 각각의 아이디어에 대해 그것이 왜 좋은지(+), 어떤 issue/risk(-)를 가지고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며 수렴해 나가는 것이 좋다.
그리고 그것을 백데이터로 만들어, “우리가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 아이디어를 채택하게 됐다.” 라고 이야기를 해야지만 그 자리에 없었던 다른 사람들도 눈높이를 맞추고 최종 채택 안이 이것인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.

예를 들면, ‘이런저 저런거’를 말한 사람에게 “당신이 말한 그건 이런 (+)요인과 (-)요인을 가지고 있었는데 (-)가 너무 크리티컬해서 채택할 수 없었다.” 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.

꼭 수치를 뽑을 수 있는 일 뿐만 아니라 제품 컨셉 회의에서도 이렇게 데이터 기반으로 일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뜻.

작년에 Paper Prototyping workshop을 했을 때 이 방법으로 진행했다.
그 이후 보고를 할 때나 일의 진척을 확인할 때까지도 이 자료는 계속 쓰였다.
의도했던 방법대로 잘 진행된 사례라고 본다.

그 이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비슷한 일을 할 기회가 생겼는데 너무 볶이고 있길래 이 방법을 알려줬더니 정리하는게 귀찮다며 하지 않았다.
그리고 일을 하는 내내 진도가 나가는 것 없이 아이디어 발산만 하다가 결국엔 결정된 것 없이, 언제 시작이나 했었냐는 듯 그동안 작업했던 것들을 다 버렸다.

어차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one team으로 모여 함께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,
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! 를 외칠게 아니라 일이 잘 돌아가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.